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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란》 리뷰 - 혼돈과 갈등 속에 드리운 인간 본성의 그림자

by 디스펜서 2025. 5. 19.

전,란 포스터

 

🎬 무비디의 한줄평

“전쟁이 만든 균열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연대의 가능성을 묻다.”

 

별점: 2.9 / 5.0
💖 추천 대상: 역사와 인간 심리를 탐구하는 관객, 무거운 주제의 시대극을 선호하는 이, 계급과 권력의 구조를 성찰하고 싶은 관객
💔 비추천 대상: 빠른 전개, 강한 자극과 갈등을 기대하는 관객


🎬 영화 《전,란》 정보

  • 감독: 김상만
  • 각본: 박찬욱, 신철
  • 장르: 역사, 전쟁, 드라마
  • 개봉일: 2024년 10월 11일 (넷플릭스 공개)
  • 러닝타임: 127분
  • 출연:
    • 강동원 – 천영 역
    • 박정민 – 종려 역
    • 차승원 – 선조 역
    • 진선규 – 김자령 역
    • 김신록 – 범동 역
    • 정성일 – 겐신 역

1. 서론 – 전쟁, 반란, 그리고 인간의 얼굴

《전,란》은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배경으로, 운명적으로 엇갈린 두 남자의 삶을 통해 전쟁의 비극과 신분제 사회의 잔혹함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개인의 자유와 존엄, 그리고 인간 관계의 근본적인 신뢰와 배신을 묻는 이 영화는,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연대와 희망을 그리는 ‘비극 속의 휴먼 드라마’라 할 수 있다.


2. 줄거리 – 뒤바뀐 운명, 다시 마주한 두 사람

천영(강동원)은 조선 후기, 종려(박정민)의 집안에 대대로 속해 있던 노비다. 어릴 적부터 무예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던 천영은 종려와 형제처럼 자랐지만, 늘 ‘사람’이 아닌 ‘재산’처럼 취급받는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던 중, 종려는 무예를 포기하고, 천영이 그 대신 검술을 배우게 되며 두 사람의 입장은 묘하게 뒤바뀐다.

세월이 흘러, 종려는 왕실의 호위무사가 되어 궁중의 권력을 맛보고, 천영은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좌절 끝에 도망친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발발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다시 한 번 교차한다. 종려는 왕 선조(차승원)의 곁에서 권력의 편에 서고, 천영은 백성들과 함께 의병이 되어 싸움터에 선다.

한편, 전쟁은 조선의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다. 백성은 피를 흘리고 도망치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반면, 왕과 관료들은 책임을 회피하며 경계를 떠돌 뿐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천영은 우연히 자신을 쫓는 종려의 부대와 마주치게 되고, 둘의 관계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죽음이 가까운 그 순간, 과연 이들은 친구였는가? 주인이었는가? 적이었는가?
그 질문이 영화 전체를 가로지른다.


3. 서사적 강점 – 신분, 선택, 그리고 기억의 전쟁

 

✅ 천영 – 자유를 향한 피 묻은 열망

천영은 무력한 노비로 태어났지만, 자유를 갈망하며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조선이라는 거대한 체제는 그를 끊임없이 ‘노비’로만 바라본다. 전쟁이라는 파괴적 현실 속에서 그는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나는 누구의 종도 아니다. 내 발로 땅을 밟고 내 검으로 길을 낸다.”

 

권력에 흔들리는 종려

✅ 종려 – 권력의 끝에서 흔들리는 양심

 

종려는 부유하고 안정된 삶을 보장받은 양반이지만, 그 안에서도 스스로 선택한 길이 없다. 권력에 순응하며 살아온 그는 천영을 마주하며 자신의 삶이 진정한 것이었는지 의문을 품는다. 왕을 지키는 검과 친구를 겨눠야 하는 검 사이에서 그는 방황한다.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선조(차승원)

 

✅ 왕과 권력자들 – 전쟁 속 ‘비겁함’의 초상

차승원이 연기한 선조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무책임한 지도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는 조선이라는 국가의 붕괴가 외세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암시한다.


 

 

4. 연출과 배우 –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통찰

김상만 감독 – 인간의 선택을 포착하는 시선
잔잔한 화면과 대비되는 날 선 질문을 던지며, ‘누가 주인이고, 누가 인간인가’라는 주제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대규모 전투신보다는 인물의 내면 변화와 감정선에 집중한 연출은 오히려 강한 여운을 남긴다.

강동원 & 박정민 –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
강동원은 내면의 격정과 슬픔을 절제된 눈빛으로 표현하며, 박정민은 복잡한 심리 변화와 죄책감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두 배우의 호흡은 영화의 핵심 축으로, 계급과 운명을 넘는 감정선을 완성시킨다.


5. 한계점 – 무겁고 느린 호흡

느린 전개와 밀도 높은 대사
전쟁 영화로 기대하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액션보다는 대화와 시선, 침묵으로 전개되는 부분이 많아 몰입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감정적 카타르시스 부족
극적인 반전이나 폭발적 감정보다는, 서서히 스며드는 정서가 중심이다. 따라서 명확한 갈등 구조를 기대하는 관객에겐 아쉬울 수 있다.


6. 결론 – ‘전란’ 속에서도 인간은 기억하고 연결된다

《전,란》은 단지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그 와중에도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가, 어떤 관계를 지켜내는가를 묻는다.
‘주인’과 ‘노비’, ‘승자’와 ‘패자’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결국 모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조용히 건넨다.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역사와 인간 심리를 탐구하고 싶은 분
✔️ 휴머니즘이 깃든 전쟁/시대극을 찾는 분
✔️ 한국 영화의 깊은 정서와 배우들의 열연을 즐기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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